살아가는 이야기(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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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슨 벌레 인고?
산책로 바닥에 깔린 야자나무 줄기로 만든 매트에 '갈색거저리'로도 불리는 '밀웜' 비슷한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밀웜은 피부가 깨끗한데 이것은 털이 난 것이 다르다. 난생처음 보는 벌레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이런 벌레도 번성하는 듯하다. 나뭇가지로 벌레 속을 헤쳐보니 매트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인지 매트 사이 사이에 박혀있는 벌레가 많다. 힘을 주어 일부 벌레를 밖으로 빼내려고 했으나 쉽게 밖으로 빠지지도 않는다.
2023.10.28 -
'표(票)'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욱수골짜기에 어떤 호소문(?)이 붙었다. 2년 전부터인가? 욱수골짜기 작은 개울을 청소하고, 정비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게 '고산 1동 새마을 협의회'라는 단체였다. 지역 주민으로서 순수한 마음으로 지역에 봉사한다고 생각하니 고맙기 그지 없었다. 그런 봉사 단체가 두 번째 현수막을 걸었다. 첫 번째는 미처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어떤 말 못 할 사연이 있나 보다. 이곳이 개발제한구역은 아닌가? 그래서 지역 토박이들이 어떤 규제를 풀기 위해 공원을 조성하고, 둘레길을 만들려고 했나? 그렇지 않다면 굳이 구청에서 나서서 순수한 지역 봉사단체에서 하는 일에 고춧가루를 뿌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저 플래카드는 구청장 압박용으로 보인다. 많은 등산객과 산책객이 다니는 곳에 저런 내용으..
2023.10.20 -
휴대 전화도 꽤 괜찮은 사진을 찍는다.
나무 벽을 타고 올라간 열매를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DSLR 카메라를 이용하여 신중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곳을 보니 빨갛거나 까만 열매가 달린 식물이 보인다. 처음에는 '까마중'으로 알았다. 그런데 까마중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그에게서 휴대 전화 촬영 TIP을 얻었다. 열매가 나타나는 곳에 손가락으로 살짝 찍고, 셔터를 눌렀더니 멀리서도 저렇게 정밀하게 열매가 묘사된다. 얼굴 사진도 그렇게 하면 초점이 아주 잘 맞아서 좋은 사진이 나온다고 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2023.10.17 -
칼갈이
세상 살아오면서 신기하게 생각되는 것이 있다. 꼭 필요한 곳에 적합한 직업이 있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든지 틈새시장은 있는 법이다. 군대 가기 전까지 시골에 살 때, 연탄이 보급되지 않는 시골에서는 취사를 위해서나 난방을 위해서나 어느 집을 막론하고, 반드시 인근 산에 가서 땔감을 구해와야 했다. 마치 밥을 먹고, 똥을 싸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당연지사였다. 지게는 늘 있는 것이고, 산으로 가지 전에 톱이나 조선 낫, 또는 얇게 생긴 날렵한 일명 "왜낫"이라는 것을 가지고 다녔는데 낫은 날카롭게 날을 세워야 하기에 숫돌에 물을 뿌리면서 쓱쓱 낫을 갈았다. 그것은 어른들이 낫을 가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흉내를 내다가 어느새 숙련공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
2023.10.07 -
성일가(星一家) - 故 강 신성일의 귀향 가옥
영천 포항 할매곰탕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대창면으로 귀촌한 고향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일부러 들리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이 간판이 나를 멈추게 했다. 세로로 세워진 빨간 간판에 '성일가'라는 글귀가 있고, 그 위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故 신성일(본명 ; 강신성일, 강신영)이 길을 따라 진행하다 잠시 멈춘 길손에게 "저놈이 성일가에 들어오나 그냥 지나 가나 함 보자!"라는 표정으로 깍지 낀 두 손 위에 턱을 괴고, 쳐다 본다. 그러니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니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성일가(星一家)'는 故 신성일이 말년에 살았던 집이다. 그가 살아있을 때 한번 오고 싶은 생각이 있었으나 사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그를 만나면 딱히 드릴 말씀도 없었기 때문에 방문할 용기를..
2023.09.25 -
방생의 결과 - 붉은 귀 거북이
비 온 뒤에 망월지 수문에서 내려오는 물길에 작은 움직임이 있다. 자세히 보니 외래종인 붉은 귀 거북이다. 어디서 발버둥을 쳤는지 등껍질이 희게 벗겨졌다. 이곳에 있는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불광사 신도들이 망월지에서 물고기 등을 방생하는 의식을 가끔 하기에 저수지에 방생되었던 붉은귀 거북이 비가 내려 저수지 수위가 올라가자 무너미를 타고 이곳을 내려온 것으로 짐작된다. 법주사였던가? 법주사 주변으로 난 '속리산 세조(世祖)길'을 따라 돌아갈 때 그곳에 있는 상수원 저수지에 무수히 많은 붉은 귀 거북이가 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속리산 '세조(世祖) 길' 옆의 저수지에 사는 붉은 귀 거북 https://oneshot102.tistory.com/1519 ..
2023.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