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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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 산란지(産卵池)가 파괴되었다.
올해는 내가 늦었다. 2월 18일쯤에는 이곳에 왔어야 했는데~ 사실 왔어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욱수천 아늑한 바위 웅덩이 산란처가 저 모양이 되었다. 맞은 편에서 밭을 만든다고 중장비가 며칠 동안 지랄을 떨더니만, 개울에 있던 버드나무 둥치를 도롱뇽 산란처에 저렇게 처박아 놓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은 생각했겠지만, 앞의 웅덩이는 비만 오면 그냥 쓸려나가는 곳이다. 결론은 이곳이 산란터로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것을 모르는 북방산개구리는 그만 이 웅덩이에 알을 낳고 말았다. 봄비가 조금만 내려도 이곳은 물길이 되는 곳이다. 내가 도와주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에 옮긴다고 해도 상당한 품이 들것이고, 그곳에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큰 입 배스와 블루길의..
2023.02.23 -
두꺼비들아!! 이제 안심하고 산에서 내려와도 된다.
지난해 4월 하순 이곳 망월지에서는 어느 몰상식한 인간들 때문에 아직 다리도 나지 않은 두꺼비 올챙이들의 99%가 죽는 변고를 당했다. 그래서 올해 이곳으로 찾아오는 성체 두꺼비의 수가 아주 적으리라고 생각된다. 작년의 쓰라린 경험을 되살려 수성구청 녹색환경과에서는 새로운 로드킬 방지 펜스를 치고, 저수지 전체를 비추는 CCTV도 설치했다. 풍문에 의하면, 망월지 적폐 청산위원회의 컨테이너가 놓였던 땅을 대구시에서 매입하였다는 기쁜 소식도 있었다. 망월산에서 오매불망 경칩을 기다리는 두꺼비들아!! 올해는 걱정말고 내려오기 바란다. 아무런 소득도 없는 일에 너희들을 위해서 노심초사하는 나에게 작은 보답이라도 하는 의미에서 흥부의 '박 씨' 말고, 그냥 건강한 모습으로 내려와서 이곳에서 알을 낳고, 다시 망..
2023.02.13 -
지친 이를 달래주는 피아노 선율
삼성서울병원에 왔다가 내려가려는 길이다. 예약을 너무 넉넉하게 해서 수서역에서 3시간을 기다린다. 빨리 가려고 아무리 발권 창구를 두드려도 입석밖에는 자리가 없다. 그렇게 진이 빠져가는데 역사 한 귀퉁이에서 피아노 선율이 들린다. 그랜드 피아노 위에는 바이크 헬멧이 있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젊은이는 일 때문에 이곳을 잠시 들렀다가 피아노를 보고 즉흥연주를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조금 전에는 어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네가 찬송가를 연주하였는데 여러 사람이 연주가 끝나면 박수를 치자 이에 보답이나 하려는 듯 시간을 내어서 여러 곡을 들려준다. 악보가 없는 것이 유감이다. 동영상 촬영하는 것을 깜빡 잊고 있다가 여러 연주곡이 끝날 즈음에 동영상을 찍는다. 그의 멋진 레파토리는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2023.02.08 -
사람의 흔적은 없고 거센 겨울 바람 소리만
이곳은 자연 부락으로부터 거의 십리는 떨어진 오지(奧地)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저 언덕 위로는 5~6가구가 살고 있었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에도 늑대라고 불리는 승냥이가 간혹 보였던 곳이다. 좁은 산길을 따라 험한 산길을 따라 힘겹게 올라야 하는 곳에 살던 아이들은 어린 동심에 한참이나 밑에 있는 동네에서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놀다가 날이 어둑어둑해서야 사태를 깨닫고 낙심하고 울어대지만, 방법이 없다. 할 수 없이 어른들이 호롱불을 들고 밤중에 그들을 데려다 준 일화가 생각난다. 집들은 오래전에 사라지고 지금은 그 터만 남았다. 세월이 무상하다. 마을이 있었던 어귀에는 돼지감자가 자생하였고, 멧돼지가 그곳을 크게 헤집어 놓았다. 사람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산 위로 거세게..
2023.02.02 -
언 감이 단감이 된다.
고향 집에서도 한참이나 더 들어가는 곳에 있는 작은 마을에 왔다. 앞뒤로 다 막히고 하늘만 빠끔히 보이는 곳이다. 이젠 거의 빈집으로 남고 사람이 사는 곳은 두어 가구가 전부다. 사회에 나오기 전에 함께 공부했었던 친구의 집도 그 모친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는 빈집으로 남았다. 감나무에 아직도 감이 달려 있다. 검게 언 것을 따서 먹어보니 달짝지근한 단감으로 변해 있었다. 이 감은 원래 떫은맛을 지닌 반시로 이곳 방언으로는 '따배이 감'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옛날 여인들이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물을 퍼 담은 옹기를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머리에 이고 갈 때, 머리 위에 그냥 올리면 아프기도 하거니와 균형을 잡기 어려워서 왕골로 만든 커다랗게 중간이 뚫린 동그랗게 생긴 머리 받침인 일면 '따배이(똬리의 방언..
2023.02.02 -
추운 겨울에도 선풍기 바람을 맞는 소
고향 후배가 하는 축사를 들렀다. 100두가 넘는 소가 있었는데 선하게 보이는 검은 눈동자를 가진 어린 송아지를 보는 것은 힐링 그 자체다. 축사를 들어서니 낯선 손님이 왔다고 전부 일어서서 길손을 맞는다. 영하의 기온에다가 바람까지 매섭게 부는데도 작은 소들은 그냥 그 찬바람을 맞는다. 얇은 가죽 옷에 변변치 못한 털을 가진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겨울을 나는 소가 마냥 신기하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여름이 아닌데도 천정의 대형 선풍기가 돌아간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선풍기를 돌리는지 알 수는 없지만,
202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