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24)
-
일본전문가 염종순이 지은 '일본 관찰'
지난 해 말에 일본 오사카에 가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더 이상의 일본이 아니었다. 상당한 의문을 가지던 차에 일본전문가 염종순이 지은 '일본 관찰'이란 책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제일 앞장에 염종순을 소개한 글을 보니 "상업화 시대에는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는 입장이었으나,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는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서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이후 한국의 정치, 경제, 사외, 문화 전 부문에 걸쳐 선진 정보화 노하우를 일본에 수출하는 사업에 전념했다." 그에게는 한국의 모든 콘텐츠가 일본으로 수출하는 수출 효자상품이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우리는 안방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떼고, 관광서나 기업에서는 도장 대신에 전부 사인(sign)을 한다. 일본에서는 그런 제도..
2023.02.11 -
지친 이를 달래주는 피아노 선율
삼성서울병원에 왔다가 내려가려는 길이다. 예약을 너무 넉넉하게 해서 수서역에서 3시간을 기다린다. 빨리 가려고 아무리 발권 창구를 두드려도 입석밖에는 자리가 없다. 그렇게 진이 빠져가는데 역사 한 귀퉁이에서 피아노 선율이 들린다. 그랜드 피아노 위에는 바이크 헬멧이 있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젊은이는 일 때문에 이곳을 잠시 들렀다가 피아노를 보고 즉흥연주를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조금 전에는 어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네가 찬송가를 연주하였는데 여러 사람이 연주가 끝나면 박수를 치자 이에 보답이나 하려는 듯 시간을 내어서 여러 곡을 들려준다. 악보가 없는 것이 유감이다. 동영상 촬영하는 것을 깜빡 잊고 있다가 여러 연주곡이 끝날 즈음에 동영상을 찍는다. 그의 멋진 레파토리는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2023.02.08 -
사람의 흔적은 없고 거센 겨울 바람 소리만
이곳은 자연 부락으로부터 거의 십리는 떨어진 오지(奧地)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저 언덕 위로는 5~6가구가 살고 있었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에도 늑대라고 불리는 승냥이가 간혹 보였던 곳이다. 좁은 산길을 따라 험한 산길을 따라 힘겹게 올라야 하는 곳에 살던 아이들은 어린 동심에 한참이나 밑에 있는 동네에서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놀다가 날이 어둑어둑해서야 사태를 깨닫고 낙심하고 울어대지만, 방법이 없다. 할 수 없이 어른들이 호롱불을 들고 밤중에 그들을 데려다 준 일화가 생각난다. 집들은 오래전에 사라지고 지금은 그 터만 남았다. 세월이 무상하다. 마을이 있었던 어귀에는 돼지감자가 자생하였고, 멧돼지가 그곳을 크게 헤집어 놓았다. 사람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산 위로 거세게..
2023.02.02 -
언 감이 단감이 된다.
고향 집에서도 한참이나 더 들어가는 곳에 있는 작은 마을에 왔다. 앞뒤로 다 막히고 하늘만 빠끔히 보이는 곳이다. 이젠 거의 빈집으로 남고 사람이 사는 곳은 두어 가구가 전부다. 사회에 나오기 전에 함께 공부했었던 친구의 집도 그 모친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는 빈집으로 남았다. 감나무에 아직도 감이 달려 있다. 검게 언 것을 따서 먹어보니 달짝지근한 단감으로 변해 있었다. 이 감은 원래 떫은맛을 지닌 반시로 이곳 방언으로는 '따배이 감'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옛날 여인들이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물을 퍼 담은 옹기를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머리에 이고 갈 때, 머리 위에 그냥 올리면 아프기도 하거니와 균형을 잡기 어려워서 왕골로 만든 커다랗게 중간이 뚫린 동그랗게 생긴 머리 받침인 일면 '따배이(똬리의 방언..
2023.02.02 -
추운 겨울에도 선풍기 바람을 맞는 소
고향 후배가 하는 축사를 들렀다. 100두가 넘는 소가 있었는데 선하게 보이는 검은 눈동자를 가진 어린 송아지를 보는 것은 힐링 그 자체다. 축사를 들어서니 낯선 손님이 왔다고 전부 일어서서 길손을 맞는다. 영하의 기온에다가 바람까지 매섭게 부는데도 작은 소들은 그냥 그 찬바람을 맞는다. 얇은 가죽 옷에 변변치 못한 털을 가진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겨울을 나는 소가 마냥 신기하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여름이 아닌데도 천정의 대형 선풍기가 돌아간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선풍기를 돌리는지 알 수는 없지만,
2023.02.02 -
한겨울의 고향 산천
국민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 대보름이 다가오면 신이 난 동심들은 달밤에 앞에 보이는 논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열심히 '불 깡통'을 돌렸다. 작은 깡통에 못으로 구멍을 송송 내고, 깡통 양옆으로 철삿줄을 매달아 깡통 안에는 작은 솔가지를 넣고, 불을 피운 다음에 오른팔 왼팔을 번갈아 가면서 돌리면 불이 원을 그린다. 제자리에서도 돌리고 뛰어가면서도 돌리고 그러다가 어쩌다가 나무와 함께 들어간 비닐을 타면서 떨어지는 뜨겁디 뜨거운 비닐 녹은 물이 얼굴에 떨어지는 바람에 지금도 오른쪽 뺨에는 콩알만 한 흉터가 남아 그 시절을 기억하게 한다.
202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