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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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보금자리 만들기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니 개울의 버들강아지가 솜털을 입힌 싹을 돋우고 버드나무 가지 끝에는 파란 기운이 움튼다. 겨우내 빈집으로 있던 까치집도 후손을 번식하기 위한 보금자리 수선에 나선 까치의 노동으로 분주하다. 까치집 밑을 지날 때 마침 까치 한 마리가 커다란 나뭇가지를 입에 문다. 나뭇가지의 굵기는 볼펜 정도이고, 길이는 50cm 정도로 길어 보였다. 무게는 까치의 1/4~ 1/5이 될 것 같다. 어떻게 옮기나 유심히 보니 처음 도약은 가뿐히 이루어졌는데 단번에 10m 남짓의 까치집으로 직행하지는 못한다. 나뭇가지 사이를 힘겹게 오르는 까치를 보니 자신의 보금자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정성이 갸륵하다.
2022.02.26 -
꽝꽝 언 얼음이 오는 봄을 밀치네
하루 중 해 넘어 갈 때의 잠깐을 제외하면 대부분 음달인 이곳은 아직도 얼음의 두께가 30cm는 되는 것 같다. 들어가서 굴러서 아무런 기척이 없다. 참나무 가지에는 작은 몽우리가 생겼다. 봄은 오긴 오나 보다. 참나무 가지 사이로 작은 벌레집처럼 생긴 것이 달렸다. 겨우내 얼마나 추웠을까? 자세히 보니 인공적이 냄새가 난다. 그 미심쩍은 물체의 정체는 아래에 달린 3개의 낚시바늘에 의해 낚시꾼이 낚싯대를 휘두르다가 이곳에 걸린 것이다. 실력도 없는 사람이 잉어를 낚으려다가 참나무 잡기 생겼네 겨울을 제외하고, 봄 여름 가을에 그 작은 야전 침대와 의자의 주인이었던 80대 후반의 할아버지는 지금 이곳에 나타나지 않으신지도 3~4년이 넘어간다. 일설에는 요양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얘기도 있다. 할아버지는 복..
2022.02.18 -
휘발유 비쌀 때 요긴하겠네~
남성 3명과 아담한 체구의 여성 1명이 말을 타고 욱수지까지 왔다. 말 주변에 가니 엉덩이에 찬 똥 주머니에서 말똥 냄새가 진동한다. 경산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가끔 오는 것 같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고 해서 원유 값이 폭등한다고 하는데 이럴 때에는 비싼 휘발유를 때는 것보다 여물을 먹는 말을 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 이 말들은 퇴역한 경주마라고 하는데 한 필당 약 1,000만 원 정도에 살 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 비싸진 않은 것 같다. 좋은 자전거도 그 정도 한다는데 욱수저수지 둑을 올라오느라 힘이 들었는지 땀에 온 몸이 젖어 있다.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튼튼한 이 숫말을 탄 사람은 아담한 체구의 여성이었다. 다른 남성들은 암말을 탔는데 ..
2022.02.18 -
가는 겨울이 아쉽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저수지 전체를 덮었던 얼음도 세월의 흐름에는 더 견디지 못하고, 저렇게 녹아버렸다. 그러나 가는 겨울이 아쉬운 얼음들은 성암산의 응달에 기대어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지난번에 이곳에 왔을 때도 진달래가 피었던 바위 주변은 북극이나 다름이 없어서 얼음판으로 들어갔었는데 설한풍 골바람이 불어오는 응달의 얼음은 어릴 때의 경험칙으로 볼 때 저곳의 얼음두께는 아직 상당할 것으로 보여 한 번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욱수골에서 저수지로 물이 들어오는 곳에 두껍게 언 얼음의 금이 간 곳의 두께를 얼핏 보니 얼추 30cm가 되어 보였다. 이 정도라면 소가 들어가도 절대 얼음이 깨지지 않는다. 위에서 체중을 실어 굴러도 꿈적도 안 한다. 햇볕이 들어오는 곳에 있는 얼음은 모두 녹았으니 그늘..
2022.02.07 -
대구농고 가전지의 수달
대구농업마이스터고(구 대구농고)의 실습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된 '가전지' 옆을 지나가다가 큰 물고기의 움직임으로 보이는 물결이 일어 유심히 보니 이곳에 살고 있는 대형 붕어의 몸짓은 분명히 아니다. 자세히 보니 '수달'이다. 2년 전이던가? 어느 여름밤 이곳을 산책하다가 가전지 물너미와 열결된 하수도에서 수달의 실루엣을 본 후, 이곳 가전지에 수달이 산다는 것을 확신하였으나 가전지에서 먹이 질하는 수달을 육안으로 직접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한참 먹이 질에 열중하다가 길손의 인기척을 느끼고 쌕쌕거리면서 경고를 한다. 사람들이 위해를 가하지 않아 위험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계속 못 둑 주변 물 속을 자맥질하면서 길손의 동태도 살핀다. 겨우내 얼었던 저수지가 녹고, 아직도 찬기가 ..
2022.02.03 -
갈 까마귀? 떼 까마귀?
이곳은 경주시 강동면 대구농산 경주공장 건너편의 논이다. 까마귀가 지천에 늘려있다. 그러나 이 까마귀는 떼까마귀로 우리의 산야에서 흔히 볼 수가 있는 토종 텃새 큰부리 까마귀는 아니다. 가을 추수 후에 들판에 떨어진 낙곡을 주워 먹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은 큰부리까마귀(Corvus macrorhynchos)이다. 큰부리까마귀는 몸길이 약 57cm이다. 몸 전체가 검정색이며 광택이 나고 약간 푸른빛을 띤다. 날개깃과 둘째날개깃은 자줏빛 광택이 난다. 멱의 깃털은 버들잎 모양이다. 한국 전역에 번식하는 흔한 텃새로서 한반도의 중부 이북지역, 주로 북한 지역에서는 흔히 번식하고 중부 이남에서는 드물게 번식하는 편이다. 양쪽 다리를 모아 뛰기도 하고 다리를 교대로 움직여서 걷기도 ..
202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