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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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씨앗 터지는 소리
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아니 나무에서 나는 것 같다. 뭔가 타닥, 타닥 하면서 튀는 소리인데 짐승이 내는 소린지 아니면 딱다구리가 먹이 질을 위해 나무를 쪼는 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지만, 정말 처음 들어보는 소리라서 귀를 쫑긋이 하고 주변 숲을 쳐다본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무에서 뭔가 제법 큰 소리로 따닥거린다. 소리와 동시에 낙엽 위로 뭔가 떨어지는 것 같은데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곳에서 한참을 서서 나무를 쳐다보고 있으니 멀리 튀는 것은 제법 10m도 날아가는 것 같다. 떨어진 것의 정체는 이것이었다. 근처에 떨어져 있는 씨앗과 껍데기를 가져다가 대충 넣어보니 이런 모양이 나온다. 큰 콩인가? 그런데 콩이 어떻게 나무에 달렸지? 나무 옆에서 나무를 따라 올라간 무엇인가 보인다. ..
2021.12.14 -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욱수골 산책로를 가다가 문득 성암산 능선을 바라보니 산등성이에 야생동물이 눈에 보인다. 자연이 만든 것 치고는 정말 괜찮다. 앞에 선 것은 늑대 같기도 하고, 고라니 같기도 하고, 뒤에 것은 영락없는 멧돼지의 모습이다. 옛날 논산 제2 훈련소에서 야간 경계에 대해 훈련을 할 때, 어두운 곳에 있는 물체를 보고 마음대로 상상하지 말라고 했다. 소나무 몇그루가 그린 자연의 그림이 일체유심조를 생각나게 한다.
2021.12.10 -
바위에 싹을 틔운 작은 생명
욱수골 봉암 폭포 위쪽 100m 지점에 있는 이름없는 바위의 갈라진 틈을 뚫고 나온 작은 생명력에 경외감을 느낀다. 오랜 시간 시공을 넘나들던 먼지들이 바위틈에 쌓여서 밑거름이 되었나?
2021.10.24 -
관객 없는 어떤 공연
욱수골짜기가 쩌렁쩌렁 울린다. 욱수골 초입부터 들이는데 여느 가을 행락객들이 한 잔 드시고 유흥을 즐기는구나 생각하고 그곳에 도착했는데 저런 광경이 펼쳐진다. 레파토리는 60~70년대의 대중음악인데 출력만 엄청나게 높여 놓았지 흔히 동네 노래방에서 동네 아저씨가 노래하는 수준으로 느껴진다. 길손이 지나치는데 "오늘 공연은 여기에서 마칩니다."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공연한 모양이다. 워낙 출력이 높다 보니 승합차 뒤 칸에는 납 배터리로 만든 파워뱅크가 보이는데 인버터가 연결된 것으로 봐서 200V 전압을 앰프로 연결했다. 그렇게 해도 엄청난 출력으로 앰프를 사용하니 승합차의 시동이 걸린 상태다. 잦은 공연이라면, 납 축전지로 만든 파워뱅크보다 인산철 파워뱅크를 추천한다.
2021.10.24 -
윤석열 VS 홍준표 경선 경쟁
국민의 힘 대선 예비후보들의 대구·경북 합동토론회가 오후 5시 30분에 대구 MBC 열리기 때문에 많은 지지자들이 좁은 욱수골 초입에 몰렸다. 왼쪽은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이고 오른쪽은 홍준표 후보자의 지지자들이다. 양쪽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양쪽으로 분리하였는지 모르지만, 예상보다는 적은 인원이 모였다. 유승민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세(勢)는 눈에 띄게 적다. 윤석열은 호랑이, 유승민은 치타 형상을 사용했다.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살도 조금 빠진 듯이 보이고, 피곤한 표정이지만, 지지자들의 "정권교체! 윤석열" 연호에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윤석열 후보보다 한참이나 늦게 도착한 홍준표 예비후보도 지지자들의 연호에 손을 흔드는데 추운데서 고생하는 지지자의 손을 잡아 주면 더..
2021.10.20 -
각박(刻薄)한 세상에도 온기(溫氣)는 있었네~
욱수골 '소 바우(소 바위)' 절벽 앞에 있는 작은 쉼터에 전에 못 보던 작은 도자 인형들이 진열되었다. 집에 두고 가족끼리만 보지 않고, 모든 산책객과 함께 보겠다는 그 아름다운 마음이 길손에게도 전해진다. 이 각박하고도 피눈물 마른 이 시대에 이 작은 도자 인형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눈여겨보니 도자 인형들이 나름대로 질서와 테마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신혼부부의 인형이다. 이 인형들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인형들은 일반 백성들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이 인형들은 천진난만한 동심을 표현했다. 어릴 때 나도 이불에 쉬를 하고, 빤스만 입고, 저렇게 키를 뒤집어쓰고 옆집에 소금 얻으러 간 기억이 제법 있다. 옛날에는 두툼한 솜이불이었기에 한 번 쉬를 한다고 당장 세탁할 수가 없으니 꿉꿉해도..
2021.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