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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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鄕의 쓰름 매미
들판이 비교적 작고, 비옥한 농토가 적었으며, 대체로 거칠었던 농토가 많았던 우리 고향은 역설적으로 배수가 잘되어 과수 농사에 안성맞춤이었다. 혁신적인 생각을 하고 있던 일부 농민이 부사 사과 품종을 도입하면서 옛날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부농이 되었고, 특히 곶감 생산이 본격화하며, 억대 농가가 많이 생겼고 예전과 다르게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부유해졌다. 보릿고개가 무슨 고개인지 아는 우리 세대는 늘 배가 고팠고, 늘 굶주림에 시달렸다. 가을의 초입에 오면 감나무에도 튼실한 감이 열린다. 어린 동심은 책 보따리를 집에 풀어놓고, 근동에 제법 많은 농토와 밭이 있던 친구의 감나무 밭으로 향하는데 감나무에는 아직 완숙되지 않은 홍시가 많이 달려있었다. 감나무 밑에는 대체로 들깨가 심어져 있었고, 고무신..
2018.09.24 -
태양광 발전이 뭐길래~~
이곳은 시골 근동에서도 으뜸으로 보기 좋게 솟은 산이고, 어릴 적 땔감을 마련하려고 지게를 지고, 수도 없이 올랐던 산이다. 특히 이 골짜기는 길고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나무가 모두 벌목되고 휑하게 골바람만 밑으로 불고 있다. 역광이 비쳐서 검게 보이는 부분도 나..
2018.05.08 -
정겨운 고향산천의 구름
산너머에 폭격을 당했나? 불이 났던가? 앞에 누군가 구름바다에서 구부리며 달아나는데 뒤에서 엄청 큰 동물이 따라간다. 길손의 눈에는 승천하는 관세음보살도 보이고, 흰 구름에 다리를 얹은 채로 누워있는 거사도 보이고, 가운데 봉우리 위에는 날아가는 천사의 모습도 보인다. 이게 ..
2017.08.08 -
고향산천은 또 봄을 맞고
쇠뜨기 풀이 지천으로 돋아난다. 이미 낙엽이 진 것처럼 앙상한 꽃대(?)는 힘겹게 올라오려고 용을 쓰다가 저리 훌쪽하게 되었는가 보다. 초등학교 다닐 때 땔감을 구하기 위해 지게를 지고 무수히 올랐던 마을 뒷산 능선에서 커다란 멧돼지가 인기척에 놀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냅다 뛴..
2017.04.25 -
시멘트 축대에 위태롭게 핀 제비꽃
붉은빛을 띤 자주색의 제비꽃이 고향산천 어느 논둑에 꽃을 피웠다. 예전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친구의 논둑이지만, 그의 가족이 40년 전에 고향을 떠나면서 그와의 인연의 끈도 끊어졌고 엄마 제비꽃 아래에는 아기 제비꽃이 시멘트 축대에 간신히 걸렸다. 엄마의 손을 놓친 작은 제비꽃..
2017.04.17 -
봄기운이 감도는 곳으로
혼돈과 무질서를 떠나 모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그곳은 비록 가난하고, 질곡의 시절이었다고 해도 가슴 속에는 언제나 영혼의 안식처다. 뒤로는 병풍같이 큰 산이 둘러싸고 앞으론 큰 들판이 앞가림하는 곳 빈번히 가지 못해 때론 안타까움을 더하는 곳 멀리 구름이 산 정상을 가리..
2012.03.19